2020-01-11(토)
낙타의 승리
제이 오부아는 낙타를 찬미하다시피 했다. 그의 집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낙타 사진이 걸려 있었으며 방문한 친구들은 그가 직접 만든 낙타 모양 쿠키틀로 구워 낸 쿠키를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낙타젖을 넣고 구운 쿠키였다. 아무도 그에게 맛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오부아는 매일 저녁 유목민들에게서 사온 낙타젖을 가지고 쿠키를 구워댔다.
“저 뜨거운 태양 밑에서 우리 인간은 맨몸으론 버틸 도리가 없어. 저 모래에 맨 발바닥이 닿는 순간 우린 비명을 지르며 엎어지고 말 걸. 그리고 그대로 전신에 화상을 입어 정신이 혼미해질 거야. 어떤 구원자가 낙타를 데리고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사막의 일원이 되겠지. 위대한 생태계 안으로 가루가 되어 진입할 거란 말이야. 버석버석하게 말이야. 하지만 낙타는 놀라워, 정말이지 신비로워. 저 강인한 다리뼈! 저렇게 휘어졌는데 어쩌면 저렇게 우아하게 걸을까? 마치 모래가 아니라 아스팔트라도 밟고 있는 것처럼 걷잖아. 다리를 구부릴 때면 저 높은 혹들을 어쩌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털썩 다리를 굽혀 앉지. 드디어 그 검고 큰 눈과 시선을 맞추게 되었을 때 내가 얼마나 전율했는지 모를 거야. 저토록 압도적인 생명체가 내 앞에 무릎을 꿇다니! 지방으로 가득 찬 혹은 부드럽고 따뜻해…… 해가 높이 떠오르면 저들은 이를 갈고 침을 흘리며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묵묵히 고삐에 순종하지. 사막의 모래 위로는 긴 그림자가 끝도 없이 늘어서고…… 나는 그 광경을 너무 사랑해서 이 마을로 이사를 온 거야.”
대체 그 돈이 다 어디서 나는지, 저런 미심쩍은 이유로 이 마을로 이사오기 전 그가 했던 일이 대체 무엇인지는 더 이상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먼저 죽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오부아가 아마 문을 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어느 밤중 돌아다니는 낙타 떼를 보고 겁도 없이 문을 연 다음, “들어와, 아름다운 낙타들아!”하고 외쳤을 거라고 말이다. 오부아의 이웃은 한밤중에 발굽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증언했다. 오부아의 시체는 엉망으로 밟혀 있었으며 머리에는 허연 침 자국이 잔뜩 말라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부엌에 있는 싱크대가 완전히 박살나 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굳이 오부아의 사인을 밝히려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오부아가 피를 흘리지 않고 죽어서 차라리 다행이지. 놈들이 우리 몸 안에 액체가 흐르는 걸 알게 해서 좋을 건 없을 테니까.”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그를 비난에 찬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그러나 모두 속으로 진저리를 치며, 마음 깊이 안도감을 느꼈다.
놈들이 에어컨 냉각기를 그 강인하고 튼튼한 다리로 걷어 차 박살 낸 다음 흘러나온 물을 마셔 치웠을 때 사람들은 처음으로 경각심을 느꼈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봤자 짐승이지. 그것도 낙타라고. 저 멍청이들은 총만 쏴도 끝장이야.” 그는 유목민의 혼혈이었으므로 다들 그의 말을 믿었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숱하게 놈들을 죽여보았다고 떠벌렸고, 제이 오부아 다음으로 발견된 시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겁에 질렸다. 오부아가 스스로 문을 열고 놈들을 들였을 거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았으나 스티븐도? 그럴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집에는 총이 있었으나 사망 현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어떤 유목민이 먼 사막에서 찾은 총기의 잔해를 가져다 주었을 때,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시선을 교환한 다음 저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문을 걸어 잠갔다. 곧 정부에서 헬기를 보내 전문 엽사와 함께 놈들을 살처분할 거라고, 식수원 오염이 우려되니 물을 배급받아가라는 공문이 떴다. 사람들의 의기양양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목민들이 추락한 헬기의 잔해까지 사람들을 안내해주었다.
“이건 확실히 이상하죠. 낙타들이 평소에 다니는 길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저 무리는 원래 아주 점잖았다고요. 야생동물이요? 낙타는 원래가 사나울 수가 없는 동물이에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무슨 수로 우리 몸뚱이의 몇 배나 되는 근사한 녀석들을 길들였겠어요. 그리고 생각을 좀 해보세요. 낙타가 무슨 수로 헬기를 추락시키겠어요? 게다가 이쪽은 놈들이 다니는 길목이 아니라니까요. 어쩌면…낙타를 움직이는 인간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어떤 인간들이 그런 짓을 하겠어요!”
유목민은 어깨를 으쓱한 다음 말했다. “그럼 어떤 낙타가 이런 짓을 해요?”
낙타들이 느닷없이 진화하여 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정교하고 커다란 뇌를 갖게 되었다고 믿는 것 보다는 테러리즘이 더 친숙했으므로 곧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겁에 질려 구매했던 총들은 사막이 아닌 다른 쪽으로 겨누어졌으며 매일같이 사망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죽어나간 것은 피부가 검은 무슬림들과……이따금 물자를 구입하고 팔기 위해 오는 유목민들이었다. 낙타를 부리는 이들이 어떻게 의심을 피해가겠는가!
그러는 동안에도, 거대하고 튼튼하며 어디서든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걸을 수 있는 그 놀랍도록 기능적인 발굽은 마을을 가장자리부터 차근차근 짓밟아나갔다.
식수원에서 흐르는 물이 바짝 마르고, 모든 에어컨 실외기가 박살이 나고, 급기야 집주인이 사망한 빈집을 습격한 만 마리의 낙타들이 싱크대를 부수어 관 안의 물을 먹어치우자, 누군가는 다시 오부아를 떠올렸다. 정확히 말하면 오부아가 죽었을 때 누군가가 했던 말을.
“놈들이 우리 몸 안에 액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되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되겠지.”
그의 남편이 대꾸했다.
한 달이 흘러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헬기에서 내려 처음 본 모습은 낙타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들이 엉망으로 찢겨 나뒹구는 골목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보통 거기에 낙타젖을 짜서 보관했다. 질기고 튼튼해 뭐든 보관하기 좋았다. 마을은 숨막히게 고요했으며 태양은 이글거리며 모든 가림막이 사라진 대지 위를 사납게 공격하고 있었다. 멀쩡한 기둥이라곤 하나도 없는 땅 위를.
군화를 신고 사방에 총구를 겨눈 채 마을 안쪽으로 행진하던 군인들은 곧 기묘한 시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래로 수북히 덮여 손끝과 머리카락 정도만 겨우 나와 있는 꼴이었다. 용기있는 누군가가 장갑을 낀 손으로 모래를 헤쳐 보았다가 곧 입을 틀어막고 물러섰다. “배가 완전히 파헤쳐져 있군요.” 누군가가 딱딱하게 말했다. 버석한 모래에게 모든 피를 빼앗기기라도 한 걸까, 금방이라도 모래가 될 것처럼 바싹 말라 있는 시체였다. 마을 사람, 외부인, 유목민 할 것 없이. 군인들은 경계를 강화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그때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저길 좀 봐!”
아주 우아하고 강인한 그림자들이 멀리서 줄을 지어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품위있게 꺾인 다리뼈를 움직여, 마치 평지를 걷듯이 모래무지 위를 밟으며. 군인들은 그 모습을 홀린 것처럼 보았다. 통통해진 혹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짊어진 채 낙타들은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다. 새로운 액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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