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2(일)
전자음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마. 눈을 감는 편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이제 잘 들어봐. 들리니? 이 기묘한 전자음 말이야. 높은 소리로 내 귀를 깨물어대다가, 곧 너울거리며 주파수가 낮아지는 이 소리. 의사가 본다면 그저 흔한 이명 증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
왜 하필 전자음이 들리지?
나만 듣는 것이 아니야. 인터넷에 지금이라도 검색해 봐. 어떤 사람들은 성이 나서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따위의 고장을 의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근심에 잠겨 이비인후과를 검색하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호소한단 말이야. 전자음이 들려요.
전자음이란 대체 뭐야? 너도 알지. 금속성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소리 말이야. 쇳소리하고는 달라… 전혀 다르지. 마치 고장난 라디오나 오류가 뜬 컴퓨터 같은 기계에서나 날 것 같은 소리. 너도 알다시피 기계에서 이런 소리가 나면 절대 그게 희소식은 아니지. 아니, 꽤 위급한 상태일 수도 있어. 그런데 왜 우리가 그런 소리를 듣게 되는 걸까?
애초에 전자음이라는게 대체 뭐야?
분명 기계를 처음 만든 사람이 그런 소리를 나게 만들었겠지. 아마도 경고나 주의를 위해서, 불쾌하면서도 위험한 느낌이 풍기도록, 이목을 끌도록 그런 소리를 만들었을 거야. 그런데 마치 기계가 목소리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전자음이라고 부르다가, 그러다가, 이젠 기계가 아닌 것에도 전자음이라고 비유하곤 하잖아. 나는 이 단어를 추적하다 보면 늘 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져버려. 마치 내 머리에서 뭔가가 막고 있는 것만 같아.
아니, 어쩌면 정말 뭔가 있을지도 몰라.
대답해 봐. 평소에 네가 이명 증상을 겪는다고 생각해본 적 있니?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걱정을 해본 적은? 이 문제가 혹시 심상치 않은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니? 아마 그런 적이 없을 거야. 왜냐하면 이건 너무 흔한 증상이고, 너만 겪는 게 아니거든. 어떨 때 너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지. 그러다가 불현듯 소리가 기진맥진해지고 멈추면 그때야 알아차리지. 아, 지금까지 소리가 나고 있었군, 하고.
아까 내가 이 소리는 기계의 오작동을 경고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만들었을 소리라고 말했던 것 기억나? 그러면 이런 생각은 어때? 어디선가 뭔가가 고장나고 있는 거야. 쉼없이. 너와 관계있는, 인간과 크게 관계가 있는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걸 만든 누군가가 일이 잘못되면 사용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단조로운 결심을 하고 집어넣었던 기능은 아닐까?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아주 많잖아…… 너무 많아서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나는 그런 생각도 하지. 어쩌면 생물종들이 저마다 다른 경고음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인간이 인간과 관련된 중대한 경고음을 무시하고 있듯이 고양이, 강아지, 다람쥐, 갈매기, 지렁이 같은 것들의 귀에만 들리는 중대한 전자음이 이 허공을 떠돌고 있다면?
아직 우리 귀에 들릴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면?
그래서 어느 날엔가 모든 동물종이 같은 전자음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글쎄, 나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빌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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